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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08의 게시물 표시

회사 사보 창간호에 보내준 글

제 인생의 Turning Point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재미 있는 인생이었는지 몇몇 장면들에서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번지집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아~ 그것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라고 혼자말이 나오는 순간도 있 습니다. 그 몇 장면중에서 제가 힘들고 상심했었을 때 중탕 흑염소가 되었던 말 한마디를 소개할까 합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남은 대학 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놓고 생각해봤습니다. 궁리 끝에 몇가지 목표를 정하게 됐는데 첫째는 어머님이 그토록 바라시던 장학금을 타는 것이고 둘째는 창작 시나리오를 한 편 쓰는 것이었고 마지막 하나는 청춘이 다 가기전에 그럴 듯한 '사랑'을 한번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둘째는 노력(=군인정신?)과 더불어 찾아온 행운으로 달성하게 되었지만 역시 세번째가 꽤 복잡 미묘하고 어려운 미해결 문제였습니다. 삼형제 집안에서 자란 탓에 터프, 단순, 뒷끝 없음을 생활 신조로 자란 지라 연애를 함에 있어 꼭 필요해 보이는 드라마틱한 접근, 주기적 이고  감동적 인 이벤트 준비, 다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기 등의 필수 교양이 명백히 부족했 었지요 . 지하철에서 본 어떤 멋진 숙녀분을 용감하게 쫗아가서 연락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글쎄 시도는 좋았다고 지금도 생각되는데 마무리가 좀 그랬습니다. 연락처를 드리면서 " 제가 지금 선배님 결혼식에 가야되서 더 이상 쫓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니 이 연락처로 이번 주 중에 전화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당연히 전화는 안왔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여자 동기, 후배들 목록, 기타 인연이 될만한 목록을 점검해 보며 몇 번 더 몸부림을 쳐봤지만 그저 혼자 떨 뿐 공명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겨울이 찾아오고 어김없이 첫눈이 왔지요. 창밖에 포근하게 내리는 첫눈을 보면서.. 보면서.. 조금씩 위축되어 가 는 저를 느 끼던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

호떡 만들기

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었다.  Komart에서 야채 코너를  막 돌아가는데 즉석 호떡 믹스가 눈에 들어왔다. 집사람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이랄까? 아니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첼로 라는 작품을 봤을 때같은 기분이랄까? 군대 훈련중에 갑자기 급해진 용무를 산기슭에서 보다가 우연이 무성한 더덕잎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랄까.. 여하튼 눈에 번쩍 띄였다.  일단 제품을 카트에 넣었다. 무슨 생각이 필요하단 말인가?  ㅎㅎ 혹자는 이런 순간에 망설이고 고민하기도 한다. 살까 말까, 맛있을까? 앙꼬는 들어있나? 아니야 즉석 식품이니 다 들어있을 것이고.. 조리법도 간단할거야.. 근데 얼마지? 그냥 분식집에서 사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여기 분식집에 저런 걸 파나? 비슷한 팬케익이 가격이 얼마였더라? 실패하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진 않을까?  이런 망설임, 우유부단함이 인생의 성패까지는 몰라도 따분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모든 것을 다 경험해볼 수는 없고 꽤 위험부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원초적인 판단을 무시한다면 그로부터 비롯될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도 무시된다는 점도 잊지말아야지 되지 않을까? 집으로 가져와서 저녁을 먹어 호떡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봉지를 땄다.  이게 그 결과물이다.  반죽을 잘못했습니다. 물이 적을까봐 좀 더 추가하니 그만.. 너무 묽어졌네요. 하지만 앞으로 전진.. 최종 결과물입니다. 8인분 호떡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색상이 아주 곱게 되었습니다. 중간 앙코(흑설탕+계피가루+땅콩부스럼)가 약간 부족해서 단맛이 약간 덜 납니다.  그래도 옛날 호떡에 대한 그리움은 깨끗이 사라지게 만든 작품입니다. 미국에 사는 동포여러분 호떡 만들 때 반죽이 너무 묽으면 안됩니다. 행운이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