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었다.
Komart에서 야채 코너를
막 돌아가는데 즉석 호떡 믹스가 눈에 들어왔다. 집사람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이랄까? 아니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첼로 라는 작품을 봤을 때같은 기분이랄까? 군대 훈련중에 갑자기 급해진 용무를 산기슭에서 보다가 우연이 무성한 더덕잎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랄까..
여하튼 눈에 번쩍 띄였다.
일단 제품을 카트에 넣었다. 무슨 생각이 필요하단 말인가? ㅎㅎ
혹자는 이런 순간에 망설이고 고민하기도 한다. 살까 말까, 맛있을까? 앙꼬는 들어있나? 아니야 즉석 식품이니 다 들어있을 것이고.. 조리법도 간단할거야.. 근데 얼마지? 그냥 분식집에서 사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여기 분식집에 저런 걸 파나? 비슷한 팬케익이 가격이 얼마였더라? 실패하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진 않을까?
이런 망설임, 우유부단함이 인생의 성패까지는 몰라도 따분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모든 것을 다 경험해볼 수는 없고 꽤 위험부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원초적인 판단을 무시한다면 그로부터 비롯될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도 무시된다는 점도 잊지말아야지 되지 않을까?
집으로 가져와서 저녁을 먹어 호떡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봉지를 땄다.
이게 그 결과물이다.
반죽을 잘못했습니다. 물이 적을까봐 좀 더 추가하니 그만.. 너무 묽어졌네요. 하지만 앞으로 전진..
최종 결과물입니다. 8인분 호떡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색상이 아주 곱게 되었습니다. 중간 앙코(흑설탕+계피가루+땅콩부스럼)가 약간 부족해서 단맛이 약간 덜 납니다.
그래도 옛날 호떡에 대한 그리움은 깨끗이 사라지게 만든 작품입니다.
미국에 사는 동포여러분 호떡 만들 때 반죽이 너무 묽으면 안됩니다.
행운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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