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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보 창간호에 보내준 글








제 인생의 Turning Point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재미 있는 인생이었는지 몇몇 장면들에서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번지집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아~ 그것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라고 혼자말이 나오는 순간도 습니다. 그 몇 장면중에서 제가 힘들고 상심했었을 때 중탕 흑염소가 되었던 말 한마디를 소개할까 합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남은 대학 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놓고 생각해봤습니다. 궁리 끝에 몇가지 목표를 정하게 됐는데 첫째는 어머님이 그토록 바라시던 장학금을 타는 것이고 둘째는 창작 시나리오를 한 편 쓰는 것이었고 마지막 하나는 청춘이 다 가기전에 그럴 듯한 '사랑'을 한번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둘째는 노력(=군인정신?)과 더불어 찾아온 행운으로 달성하게 되었지만 역시 세번째가 꽤 복잡 미묘하고 어려운 미해결 문제였습니다.

삼형제 집안에서 자란 탓에 터프, 단순, 뒷끝 없음을 생활 신조로 자란 지라 연애를 함에 있어 꼭 필요해 보이는 드라마틱한 접근, 주기적이고 감동적 이벤트 준비, 다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기 등의 필수 교양이 명백히 부족했었지요.

지하철에서 본 어떤 멋진 숙녀분을 용감하게 쫗아가서 연락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글쎄 시도는 좋았다고 지금도 생각되는데 마무리가 좀 그랬습니다. 연락처를 드리면서

" 제가 지금 선배님 결혼식에 가야되서 더 이상 쫓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니 이 연락처로 이번 주 중에 전화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당연히 전화는 안왔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여자 동기, 후배들 목록, 기타 인연이 될만한 목록을 점검해 보며 몇 번 더 몸부림을 쳐봤지만 그저 혼자 떨 뿐 공명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겨울이 찾아오고 어김없이 첫눈이 왔지요.

창밖에 포근하게 내리는 첫눈을 보면서.. 보면서.. 조금씩 위축되어저를 끼던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았습니다. 

" 여보세요~ "

" 저기 이병훈 선배님 댁이죠? " 같이 교양 수업을 듣던 C모양이었습니다.

" 접니다. "

" 저 C모인데요? "

" 아 C모? 그래 생각난다. 잘 있었지?  " 특히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이 한결 같았던 숙녀분이라 인상이 깊

" 예 "

" 으음~" 내심 반가웠지만 나도 모르게 그만 " 그래 어쩐 일이지? " 

좀 더 다정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근황도 좀 묻고 좀 실없이 웃기도 하고 맛있는 것 좀 사줄까? 하는 분위기로 가야 하는데 이런 거친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나 같은 놈에게 자기 돈으로 전화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급하게 용건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 당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참 어이없는 실수였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대답이고 질문입니다.

잠시 C모양은 당황하면서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 그냥.. 그냥.. "

" 으음.. "

사람 사는 데에 용건이 좀 없으면 안되나? 만남에 용건을 굳이 특정지으려 하는 것이 사실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친구지간에는 사실 별 용건 없이 찾아 오는 경우가 더 반갑고 정이 가지요. 여하튼 대화는 급 딱딱해지고 추워지는데...

" 그냥.. 눈도 오고.. 눈도 오고.. 그래서 전화했어요. "

나는 아직도 이 말이 이제까지 내 고막을 흔들었던 것들 중에서 가장 달한 울림이고 위안이라 생각합니다. 졸업하는데 뭘 할지도 모르겠고 취직도 안되고 친구들은 제 갈 길로 가고 왠지 나만 남은 것 같은 그 초겨울 들판에서 누군가가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니.. 거기서 나의 사회 생활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고 하면 다소 과장일까?

여하튼 이제껏 그 숙녀분과 딸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 마흔이 넘어서 한 마리 더 나오니 '사랑'을 제대로 했고 세번째 과업도 꽤 성공적이었다고 결론을 내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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